아일랜드계 호주인들이 사는 시골 타운에선 자기 마을 사람이 아닌 '타지인'은 그 누구라도 ' 아일랜드 슬랭'으로 'blow-in' (타지 사람)이라고 하며 호주 슬랭에서 'blow-in'은 백인이든 유색 인종이든 그 누구든 호주 원주민을 제외한 모든 '이주민'을 의미합니다.
호주인들은 동네 '펍'에서 처음 만나도 마치 오랜 지인처럼 서로 노가리를 엄청 까지만 한국인, 우리야 저처럼 호주에서 오래 산 이민자든 잠시 다니러 온 여행객이든 영어가 부족해서 그런 대화에 끼지도 못하고 혼자 술잔만 만지락 만지락거려도 부끄러워할 일은 전혀 아닙니다. 어차피 따져보면 지들이나 우리나 모두 '호주 슬랭'으로 'blow-ins'이기 때문이지요.
2차 세계대전 후에도 호주는 여전히 강력한 '백호주의' 정책을 고수했지만 일할 '노동력'이 필요했기에 다소 완화하여 1940년대 후반부터 영국,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등의 '브리튼 제도' (영국 제도) 외의 다른 국가들로부터 이민을 일부 수용하게 됩니다.
먼저 '이탈리아인'들과 '그리스인'들이 입국합니다. 이탈리아인들은 대부분 '시드니'에, 그리스인들은 주로 '멜번'에 정착했는데 지금도 아테네를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그리스 사람들이 사는 도시가 '멜번'입니다. 처음에 호주인들은 이태리 사람을 'dago' (데이고), 그리스 사람을 'wog' (오그)라고 낮잡아 부르다 난민이 아니었음에도 'refo' (난민: refugee)라며 경멸하기까지 했답니다.
그러다 갑자기, 영국 음식만 질리도록 먹던 호주인들이 중국 음식처럼 '이탈리아 요리'가 끝내준단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게다가 그리스인들이 도입하여 운영했던 '햄버거'에 '밀크쉐이크'에 심지어 '동전 노래방 기기'에다 젊고 예쁜 그리스 여성들이 유니폼을 맞춰입고 직접 서빙했던 'cafe'까지 갖춘 신개념, '밀크 바' (corner store)가 호주인들의 식생활을 송두리째 바꿔 놓습니다. 뒤이어 입국한 '레바니즈'들은 호주인들에게 맛있는 'kebab' (케밥)을 선물합니다.
호주에서 이민자로 산다는 것은? (On being a blow-in Down Under?) 생각이 많아집니다. 가끔 주변 호주인들이 제게 '이민자' (Immigrant)인지 물어볼라치면 (Are you an immigrant?) 저는 늘 'Nah... yeah, I'm a blow-in just like you.'라고 합니다. 솔직히 이 땅을 점유하고 있던 원주민들 외에는 지들이나 우리나 모두 'blow-ins'인데 현실에선 왠지 저희는 늘 'immigrant'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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