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안작데이' 전날인 4월 24일, 퇴근하던 직장 동료의 'Happy Anzac day!'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 '아니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 아무래도 '당신 지금 나 놀리는 것 같은데' (You're taking the piss), 아니 'Happy Anzac day'라니... 약간 머쓱해 하는 그에게 마치 내가 미국인에게 '해피 나인 일레븐' 혹은 한국인에게 '해피 현충일'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했네요.
그날 그일이 있고서 이민자로 살면서 듣다 보니 많은 호주인들이 '안작 데이'를 제대로 'commemorating' (기념)하지 않고 '해피 안작 데이'라며 오히려 'celebrating' (축하)하네요. 아니 지금 저랑 장난하세요? (Are they taking the piss?) 약 8,700명이나 되는 꽃다운 나이의 호주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해피 안작 데이'라니... 하... 진짜... 이건 아니지요.
아시다시피 '안작'은 호주와 뉴질랜드 연합군을 상징하며 '안작 데이'는 제 1차 세계대전 중에 호주와 뉴질랜드 연합군이 중심이 되어 최초로 투입된 '갈리폴리 상륙작전'을 기념하는 날이지만 안타깝게도 (무능력한) 영국군 장교들과 수뇌부로 인해 갈리폴리 해안에서 호주 군인들은 단체로 비참하게 개죽음을 당합니다.
이 후 '작전지휘권'은 '갈리폴리 해안'에서도 사상 최악의 상륙지점인 절벽 아래로 호주 군인들을 상륙시킨 멍청한 영국군 수뇌부와 장교들이 아닌 호주군이 직접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됩니다. 도대체 왜? 호주 군인들은 머나먼 그곳까지 가서 그들에겐 '듣보잡'이었던 오스만 투르크군과 싸웠을까요? '터어키'라는 말에 '칠면조'를 떠올리던 호주 군인들, 영문도 모른 채 어느새 그곳은 전장이 되고 수 천 명이 귀한 목숨을 잃게 됩니다.
'갈리폴리'를 호주인들은 입에 달고 삽니다. 마치 '로버트 오하라 버크'와 '윌리엄 존 윌스'가 이끌고 1870년에 출발했던 '호주 남북 종단 탐험대'가 대부분 호주 아웃백에서 목숨을 잃고 실패한 탐험대란 오명을 뒤집어 썼던 것처럼 갈리폴리 전투 또한 호주 전쟁사에서 그저 실패한 하나의 작전일 뿐입니다.
'갈리폴리에서 최후의 일인까지, 최후의 일각까지!'라는 소위 '안작 정신'은 호주인들 가운데 '앵글로색슨계'만 (영국계) 온전히 알 수 있다고 합니다. 호주 군인들은 이길 수도 없는 전장에 버려진 채 끝까지 버티며 승산없는 싸움을 해야만 하는 불쌍한 약자였기에 모두들 하나되어 다짐했겠지요. '저 멍청한 영국놈들이 우릴 이곳에 버렸으니 우리 힘으로 반드시 살아서 여길 빠져 나가자!'
'갈리폴리'에서 가져온 값비싼 '타산지석'. 옛날에는 여행만 할 수 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장으로 달려가든 호주인들이 요즘은 해외 참전이라면 묻고 따지고 의심하고 심지어 거부도 합니다. 하긴 지금은 저가 항공기에 몸을 실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세상이라지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갈리폴리'에서 왠만했어야지요.
옛날 중국의 손자(손무)는 그의 '병법서'에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그 결과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고, 적은 몰라도 나를 알면 승리마다 일정 댓가를 치러야 할 것이요 적도 모르고 자신도 모르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패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호주인들이 '갈리폴리'에서 호주 역사상 가장 값비싼 댓가를 치루고 얻은 교훈들을 제대로 깨달아 4월 24일에 제게 '해피 안작 데이'라고 하며 저를 헷갈리게 하는 호주인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Learn what lessons learned from Gallipoli and avoid saying 'Happy Anzac day' to me and taking the piss on Anzac day 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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